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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자 책표지

 

『중국의 부자』는 전한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고전을 토대로 현대 중국의 경제적 원천을 통찰한 책이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사기史記』「화식열전貨殖列傳」은 춘추 말부터 한나라 초까지 이름을 떨쳤던 중국 부자들을 소개하며 부를 축적·증식하는 '화식(貨殖)'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마천은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부를 얻기 위함”이라고 밝히며 결코 물질과 멀어질 수 없는 인간의 삶과 욕망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월나라 시대의 정치가이자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글귀를 남긴 범려는 스승인 계연에게서 배운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상업을 일으켰다. 그는 어떠한 상품의 가치가 아주 낮을 때 그것을 사두었다가 시세가 오르면 되파는 방식을 선택했다. 가령 기상 상태가 좋을 때 배(船)나 수레(車)를 사서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비싸게 파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수십 년 간의 날씨 통계를 분석하고 천문의 법칙을 파악하여 기상 변화를 예측하였다.

 

한편 '장사의 아버지' 백규는 주나라 출신으로 제나라, 조나라, 위나라 등을 상대로 장사를 한 대상(大商)이다. 그 역시 범려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시세가 흉년과 같은 변고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날마다 날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그가 대부호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리다매(薄利多賣)라는 상업 방식 덕분이었다. 그는 곡식의 낟알이 영글 무렵 낟알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곡식의 값이 오르는 수확기가 아님에도 저렴한 가격에 내다팔았다. 낟알 개당의 수익은 적었지만 대량으로 팔았기 때문에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싸게 팔되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는 상술로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중국 19세기 부자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서구 열강의 등장이 불가피하다. 19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거상들은 유럽 상인들과 활발한 무역을 전개했다. 그중 차(茶) 농장주의 집안에서 태어난 오병감은 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오병감은 차(茶)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당시 유럽을 보고 중국의 차가 머지않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란 걸 직감했다. 그는 중국의 상인들이 농장에서 차를 사다가 팔았던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직접 차 농장을 사들였다. 결국 생산자로서 차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고 훗날 서양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얻었다.  

 

사마천은「화식열전貨殖列傳」의 서두에서 부자가 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부자가 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건만 안타깝게도 누구나 부자가 되지는 못한다. 또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대대손손 이름을 남기는 부자들은 더욱 희귀하다. 
우리에게 경주 최 부잣집이 있다면 중국에는 범려가 있다. 범려는 훗날 사람들에게서 중국 최초로 '재신(財神)'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로, 그가 재물의 신으로 불리는 까닭은 돈을 버는 능력보다 분배에 대한 그의 정신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부를 백성의 것이라 보았고 부의 3요소 중 하나인 분배정의를 실현했다. 분배를 가진 자의 은혜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일찍이 동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했던 인물이고 아직까지도 현대 중국인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부자들은 공통적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신용을 지키고 강인한 추진력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내세운 경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난과 씨름했던 백성들을 향하고 있었다. 서민경제를 위해 자신의 부를 아끼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은 정경유착으로 무성한 잡음을 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이미 수천 년 전 중국에는 수많은 부자들을 통해 다양한 부를 축적하는 방법론이 탄생했다. 이 책에 소개된 중국인들의 다양한 '화식(貨殖)'을 살펴보고 부의 진정한 의미를 통찰하고자 한다. 또한 고대인뿐 아니라 도도하게 밀려오는 근대화 물결에 발맞춘 근대 중국인들을 통해 현대 중국 부의 원류(源流)를 거슬러 오른다.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32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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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 2019년 02월 2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