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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

[설성인 기자]

톈타오·우춘보 지음ㅣ이지은 옮김ㅣ맹명관 감수ㅣ스타리치북스ㅣ436쪽ㅣ2만원

지난해 국내 통신업계는 중국산 장비 도입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LG유플러스(032640) (12,450원▼ 50 -0.40%)가 2.6기가헤르츠(GHz)대역 LTE기지국 구축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서 국내·외에서 보안 관련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까지 나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중국 정부가 접근해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87년 44세의 인민해방군 출신 런정페이(任正非)가 설립한 화웨이(華爲)는 급격히 커진 사세 만큼이나 세계가 견제하는 회사가 됐다. 화웨이의 경쟁사들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외교안보 논리로 방어벽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약 2400억위안(약 42조원)의 매출을 달성,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세계 3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화웨이.

사실 화웨이는 비상장기업인데다 창업초기부터 성장사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6년에 걸쳐 집필된 이 책은 화웨이를 이해하는데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정신의학전문가 나세르 카밀은 비상시국에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평소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역시 우울증과 조급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 말 중국 사회는 개방의 물결을 타고 통신 인프라 건설 사업이 활황을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후지쯔부터 독일 지멘스, 스웨덴 에릭슨 같은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대거 진출했고, 이들은 콧대를 한껏 치켜세운 채 폭리를 취하며 자사 제품 판매에 몰입했다.

화웨이는 창업 초기 7년간 생존을 위한 끊임 없는 투쟁을 펼쳤으며, 1991년에는 디지털 프로그램 제어 교환기를 개발·생산하는데 모든 자금·인력을 투입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때부터 화웨이 직원들은 밤잠을 설치며,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텐트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혹한의 시베리아와 질병이 난무하는 아프리카 대륙, 심지어 에베레스트 산 해발 5200m와 6500m 지점에도 화웨이는 자사 장비를 심고 깃발을 꽂았다.

이런 화웨이에게는 늑대처럼 민감한 후각과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으로 똘똘 뭉친 늑대 문화가 숨쉬고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고객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고객 중심’ 문화는 비록 제품의 품질은 떨어질 수 있다고 해도 서비스만은 세계 최고를 고집하는 것이 화웨이를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어떠한 배경도 자원도 없지만 직원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조직 문화가 화웨이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화웨이가 상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기업들이 주주·투자자의 노예가 되는 것을 보고 우려했다는 것과 상장으로 직원들이 한순간에 일확천금을 거머쥐고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상장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상장 대신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성과를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런정페이는 창업자이지만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회사 주식을 나눠줘, 그가 보유한 화웨이의 지분은 1.42%에 불과하다고 저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IT기업을 벤치마킹하고 미국의 선진기술·문화를 배우기 위해 화웨이 경영진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미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2003년 경쟁사인 시스코가 화웨이를 지식재산권 침해죄로 고소한 뒤 이를 방어하는 과정이 오히려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부당지원이나 해외 정부·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화웨이 보안 문제에 대해 필자들은 화웨이 입장을 대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화웨이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 보다 중립적이고 실체적 진술을 기술했다면 독자들의 궁금증이 해소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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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014년 02월 0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