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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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사기史記》에 ‘화식열전貨殖列傳’을 두어 춘추 말부터 한나라 초까지 이름을 떨쳤던 중국 부자들을 소개하며 부를 축적·증식하는 ‘화식貨殖’의 본질과 속성을 이야기한다. 사마천은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부를 얻기 위함”이라고 밝히며 결코 물질과 멀어질 수 없는 인간의 삶과 욕망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화식열전’에는 총 31명의 부자들이 기록되어 있다.

이수광 저 '중국의 부자' 표지. [사진=스타리치북스]

이수광의 《중국의 부자》는 이들 부자를 중심으로 중국의 부자 16인을 통해 중국인의 경제관과 삶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화식열전》으로 보는 고전 경제학’)에서 알 수 있듯이 《화식열전》에 나오는 부자들의 치부 비결과 경영전략을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된 중국인들의 다양한 ‘화식(貨殖)’을 살펴보고 부의 진정한 의미를 통찰하고자 한다. 또한 고대인뿐 아니라 도도하게 밀려오는 근대화 물결에 발맞춘 근대 중국인들을 통해 현대 중국 부의 원류(源流)를 찾아 간다.

 

저자는 중국 최초의 성공한 사업가로 ‘제순(帝舜)’을 소개한다. 제순은 요순시대를 대표하는 순임금을 말한다. 저자는 “요堯임금은 자기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순舜에세 물려주면서 창업과 수성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요임금 자식들에게 제위를 물려주지 않았다. 첫째 아들 단주는 난폭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둘째인 곤은 성실하지만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제했다.

 

중국 최초로 ‘재신(財神)’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이 범려이다. 범려는 월나라의 재상에서 상인이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월나라의 정치가이자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글귀를 남긴 범려는 스승인 계연에게서 배운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상업을 일으켰다. 그는 어떠한 상품의 가치가 아주 낮을 때 그것을 사두었다가 시세가 오르면 되파는 방식을 선택했다. 가령 기상 상태가 좋을 때 배(船)나 수레(車)를 사서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비싸게 파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수십 년 간의 날씨 통계를 분석하고 천문의 법칙을 파악하여 기상 변화를 예측하였다.

 

범려는 세 번이나 천금을 벌었으며 두 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범려는 “천하의 모든 재물은 천하 백성의 것이다”고 보고 나눠준 것이다. 중국인이 범려를 재물의 신, 재신으로 부르는 것은 이 분배의 실천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분배를 가진 자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가진 자가 베푸는 은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찍이 중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했던 범려는 지금도 현대 중국인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다.

 

19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거상들은 유럽 상인들과 활발한 무역을 전개했다. 그중 차(茶) 농장주의 집안에서 태어난 오병감은 차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오병감은 차(茶)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당시 유럽을 보고 중국의 차가 머지않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란 걸 직감했다. 그는 중국의 상인들이 농장에서 차를 사다가 팔았던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직접 차 농장을 사들였다. 결국 생산자로서 차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고 훗날 서양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얻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중국 근현대사에서 부호가 된 송애령을 비롯한 송씨 세 자매를 소개한다. 송씨 세 자매의 아버지 송기수는 출판, 제분 등 사업으로 상해의 부호가 되었다. 송애령은 중국의 부호 공상희, 둘째인 송경령은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혁명가 손문, 셋째인 송미령은 국민당 지도자 장개석과 결혼하면서 그들은 당대 최고의 로열패밀리가 되었다. 송애령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동생 송경령을 손문과 결혼시켜 중국 최고의 지도자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순문과 결혼한 송경령은 중국의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 돈이나 부자에 대한 관념이 남달랐던 송애령은 송미령을 부인이 셋이나 있던 장개석과 결혼하게 하여 그야말로 로열패밀리가 되었다. 장개석이 국민당 정권을 장악하자 자기 가문을 기업화했다. 저자는 송애령이 아니었다면 남편 공상희나 동생 송자문 등이 중국의 4대 재벌로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부는 정당한 방법으로 취할 수도 있고 부당한 방법으로 취할 수도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취하는 것은 착한 일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취하는 것은 악한 일이다. 석숭, 소굉, 유근 등은 더러운 이름이 만세에 남을 것이고 범려, 복식 등은 아름다운 이름이 만세에 남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부자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들은 대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신용을 지키고 강인한 추진력을 지녔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이 내세운 경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난에 시달린 백성들을 향했다. 서민경제를 위해 자신의 부를 아끼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은 정경유착으로 무성한 잡음을 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대국으로 부상하여 우리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경제를 우리는 그 뿌리에서부터 알아야 한다. 《중국의 부자》를 오늘의 우리와 관련지어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정유철 기자  hsp3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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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코리아뉴스> 2019년 03월 07일 기사